인연 카드

겐ㆍ푸른색의 멜로디

김연니 2023. 2. 15. 19:11

1

하늘은 기분 좋게 맑고, 무척 좋은 날씨다.

하지만 겐 씨의 표정은 그런 날씨와는 정반대였다.

 

겐: 늦으셨네요.

 

전에 Vvanna에서 페스티벌 티켓을 못 구했다고 푸념했더니, 겐 씨가 함께 가지 않겠냐고 권유했었다.

그때는 기뻐하며 그 권유를 받아들였는데, 그 이후부터 일이 바빠져서 그 약속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게기에 겐 씨로부터의 착신이 있어서 나는 약속을 떠올려냈다.

 

나: 기다리게 해서 정말로 죄송해요...

 

겐 씨는 시간을 확인하고 말없이 페스티벌 회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색한 공기가 우리 사이로 흘렀다.

 

나: 다음엔 이런 일 절대로 없게 할게요!

 

성큼성큼 걸어가는 겐 씨를 종종걸음으로 쫓아가며 나는 그의 기분을 맞춰주려고 시도했다.

 

나: 아까 온 전화를 받고, 바로 이쪽으로 왔는걸요.

 

나: 분명 조금 늦어버렸지만 개최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으니까... 화내지 말아 주세요, 겐 씨.

 

겐: 화나지 않았습니다.

 

나: 그럼 웃어주시지 않을래요?

 

앞에서 걷던 겐 씨가 갑자기 걸음을 멈춰서 나는 부딪히지 않으려 당황하며 걸음을 멈췄다.

 

겐: 정말. 장난치지 말아주세요.

 

겐 씨는 한숨을 내쉬고선, 나의 손을 잡고 다시 걸어갔다.

 

겐: 회장에 가는 지름길은 여기에요. 가요.

 

나: 네!

 

이번에는 나의 걸음에 보폭을 맞춰준다. 덕분에 빠른 걸음을 하지 않고 따라갈 수 있었다.

 

나: 그러고 보니, 이 티켓. 무척 희귀하던데 어떻게 얻은 거예요?

 

겐: ...동료가 같이 가려던 친구들과의 일정이 갑자기 취소되어 곤란하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구입한 것뿐이에요.

 

나: 그래요?! 그 사람들 이런 플레티넘 티켓을 쓸 수 없게 되었다니 무척 아까웠겠어요!

 

나: 다른 중요한 용무가 있었던 걸까요? 이 티켓을 팔아준 동료분은 오늘 페스티벌에 오시는 건가요?

 

겐: 그렇게 질문만 하다간

 

겐: 이번에야말로 정말 늦어버릴 거예요.

 

그건 안되지. 모처럼 귀중한 티켓인데 오프닝 액터를 놓치다니 아까울 거야!

나는 페이스를 올리기 위해 겐 씨의 손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나: 절대로 안 늦을 거예요!


2

우리가 회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제 막 페스티벌이 시작되고 있었다.

스테이지의 조명이 일제히 켜지며, 눈부신 빛의 가운데에서 인기 밴드 '초임계(超臨界)'의 라입가 시작된다.

몇 곡의 퍼포먼스가 끝나고, 관객석은 열기로 뒤덮였다. 거기에 사회자가 스테이지에 나타났다.

 

사회자: 여러분, 초임계의 라이브 즐기고 계신가요-!

 

사회자: 무려 멤버 전원의 사인이 담긴 컬렉트 에디션 앨범을 한 분에게 선물해 드립니다!

 

사회자: 단, 이 앨범을 원하는 분께서는 어떤 것에 도전해 주셔야겠습니다!

 

사회자는 여기서 일부러 간격을 두어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뒤 설명을 이어나갔다.

 

사회자: 스테이지에 올라 멤버와 함께 저 명곡을 연주해 주세요! 그 명곡은 바로- '폭풍'입니다!

 

사회자: 그리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여주신 분은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상품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부디 많이 참여해 주세요!

 

관객석은 모두 흥분해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잠시 후 신제로 무대에 오른 것은 단 3명뿐이었다.

그들은 멤버와 나란히 익숙한 모습으로 악기를 튜닝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도 스테이지 위로 올라갈 용기가 없던 나는 관객석에 앉은 채로 부러워하며 숨을 내쉬었다.

 

겐: 그렇게 사인이 들어간 앨범을 원하는 건가요?

 

ㅡㅡ선택지 1 - 물론!ㅡㅡ

나: 그야 이 세계에 하나뿐인 걸요! 물론 원하죠!

 

ㅡㅡ선택지 2 - 그만두자.ㅡㅡ

나: 물론 원하지만 출전한 참가자도 다들 엄청나 보이고, 비록 참가하더라도 우승은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ㅡㅡㅡㅡ

겐: 정말로 원하는 거네요?

 

왜 같은 말을 2번이나 들으려는 걸까.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정직하게 답했다.

 

나: 응... 다시 생각해도 무척 가지고 싶어요!

 

겐: ...

 

겐 씨는 나를 바라보고, 스테이지 위의 악기를 보고 잠시 생각한 후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사회자: 오오! 저쪽에 계신 분도 참가하시는 건가요? 감사합니다! 그럼 스테이지의 올라와주세요!

 

그제야 나는 방금 전 겐 씨가 한 말의 첫 번째는 질문, 두 번째는 확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겐 씨 정말 좋은 사람이야!

 

스테이지로 향하는 겐 씨의 등 뒤에서 나는 무심코 힘내라는 포즈를 취했다.

겐 씨는 흘끗 이쪽을 돌아보며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객석으로부터 더 열광적이고 큰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나: (겐 씨는... 의외로 이런 반짝반짝한 장소와도 잘 어울리네!)

 

사회자: 그쪽의 귀여운 아가씨는 4번 참가자의 동행인 건가요? 부디 무대 뒤에서 함께 대기해 주세요!

 

나: 어? 앗, 네! 금방 갈게요!

 

겐 씨와 무대 뒤로 가면, 스태프가 의상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며, 맘에 드는 의상을 골라도 괜찮다고 한다.

 

스테프: 일행이신 분들도 스테이지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으니 지금 같이 갈아입어두시는 게 좋아요.

 

나: 와아, 여기에 있는 의상 전부 멋지다! 아, 겐 씨는 이 청색과 흰색의 세트업이 어울릴 것 같아요.

 

나: 거기에 맞춰서 나도 멋지고 우아한 의상으로 할게요.

 


3

1번과 2번 참가자의 퍼포먼스가 끝나고, 관객으로부터 큰 박수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리의 옆에서 기다리던 이번에 나갈 차례인 3번 참가자는 조금 불안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3번 참가자: 역시 초임계의 팬이야... 모두 대단하네. 쉽게 우승할 수는 없을 것 같아.

 

소녀: 그렇게 긴장하지 마. 당신이라면 분명 잘할 수 있을 거야.

 

일행인 여성은 가까이 다가가 3번 참가자의 이마에 부드럽게 키스했다.

 

3번 참가자: 고마워. 다녀올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겐 씨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ㅡㅡ선택지 1 - 겐 씨의 어깨를 두드린다.ㅡㅡ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겐 씨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딘가에 의지하지 않을 것 같은 얼굴로 이쪽을 본다.

 

나: 이겨도, 져도 괜찮아요! 앨범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오세요!

 

나의 응원하는 마음이 전해진 것인지 겐 씨는 언제나와 같은 표정으로 돌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겐: 맡겨주세요.

 

ㅡㅡ선택지 2 - 겐 씨의 옷을 살짝 잡아당긴다.ㅡㅡ

재킷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기니 겐 씨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 잠깐 그대로 있어보세요.

 

나는 겐 씨에게 다가가 재킷의 매무새를 다듬어줬다.

 

나: 자, 이걸로 됐다!

 

겐: 고마워요.

 

 

ㅡㅡㅡㅡ

그러고 있는 동안 3번 참가자의 연주가 끝나고, 회장으로부터 박수와 함성이 쏟아지고 있었다.

 

사회자: 그러면 마지막 참가자 올라와주세요! 여러분, 큰 박수를!

 

겐 씨는 스테이지로 안내되고, 그것을 바라보던 나는 자리로 돌아갔다.

 

나: 겐 씨!

 

나의 목소리에 겐 씨는 뒤를 되돌아본다. 스포트 라이트를 받을 그 모습은 밤하늘에 빛나는 결처럼 빛났다.

잠시 한눈이 팔린 나는 용기를 내 목소리는 내었다-

 

나: 파이팅!

 

겐 씨는 잠깐 멈춰서 냐 목소리에 답하는 것처럼 왼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스테이지의 라이트가 일제히 꺼지고, 관객 모두가 마지막 한 명의 연주를 기다리며 숨을 내쉬었다.

라이트가 다시 켜지면서 화려한 전자 피아노의 솔로 연주가 울려 퍼진다. 회장은 순식간에 들끓었다.

스테이지의 라이트에 비친 겐 씨는 부드럽게 연주를 이어나갔다. 그 뒤에는 펜 라이트의 바다가 펼쳐지고 있었다.

겐 씨는 음악에 녹아들어 밴드 멤버와 함께 폭풍의 밤과 같은 뜨거운 선율을 연주했다.

 

나: (눈을 뗄 수 없어...)

 

나: (전자 피아노는 이렇게나 멋졌구나. 다른 악기의 소리에 묻힐 거라고 생각했었어.)

 

나: (게다가 처음 합을 맞춰보는 거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잘 맞아!)

 

나: (언제나 냉정하고 쿨한 겐 씨지만 의외로 록도 어울리네.)

 

나: (역시 멋져. 관객도 겐 씨에게 열중하고 있고.)

 

건반이 마지막 소리를 천천히 울린다. 그건 완벽한 연주에 적합한 아름다운 소리였다.

관객을 모두 겐 씨와 밴드의 멋진 앙상블에 깊이 감동해 성대한 박수와 함성을 보내왔다.

 

여성 관객: 초임계 최고!

 

남성 관객: 4번 형씨 멋진걸! 팬이 돼버리겠어!

 

나는 먼 관객석에서 겐 씨를 바라보며 필사적으로 이 순간을 가슴에 새기려고 했다.

 

나: (나뿐만이 아니야. 누구라도 재능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사람에게는 끌리게 되는구나.)

 

나의 시선을 느낀 건지 겐 씨는 이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조용한 호수와 같은 눈빛을 한 눈과 마주친 순간 소란스럽던 잡음이 모두 멈춘 것 같았다.

우리는 군중에 의해 분리되어 마치 별의 바다의 반대편에 서있는 것 같았다. 그저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4

객석으로 돌아온 겐 씨의 표정은 곧 결과가 발표된다는 말에도 온화해 보였다.

눈부신 라이트 닷에 겐 씨의 눈은 어둡고, 흐리게 보였다.

그리고 그는 나의 이야기를 부드럽게, 싫어하는 기색 없이 진지하게 들어줬다.

 

나: 방금 전의 연주로 겐 씨의 팬이 되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가득 있어요! 또 당신의 연주를 듣고 싶다면서!

 

겐: 너는?

 

나: 저? 물론 저도 그래요!

 

겐: 그런가요...

 

겐 씨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이 담담했지만, 나는 그의 뺨이 약간 붉어진 것을 놓치지 않았다.

 

나: 혹시 팬이 생겨서 부끄러우신 건가요?

 

겐: 주목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 뿐입니다.

 

겐 씨는 쑥스러워하는 듯한 얼굴을 감추려 고개를 돌렸다. 그때 스테이지의 위에서 사회자가 결과를 발표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사회자: 우승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4번 참가자이십니다! 축하드립니다!

 

사회자의 말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건만 회장은 이미 큰 함성과 박수에 싸여있었다.

정말로, 우승에 적합한 연주였다.

 

나: 겐 씨, 우승 축하드려요! 자, 상품 받으러 다녀오세요!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겐 씨는 스태프에게 안내받아 다시 무대로 올라갔다.

 

사회자: 피아노를 무척 잘 치시네요! 혹시 프로 뮤지션이신가요?

 

겐: ...아닙니다

 

사회자: 그럼 초임계의 팬이신 걸까요? 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누구인가요?

 

겐: 친구와 같이 올 것뿐입니다.

 

사회자: 친구와 함께? 그렇다는 말은 그 친구를 위해 앨범을 얻으려고 도전을 한 거군요?

 

겐: 네, 그녀가 원하고 있었으니까.

 

사회자: 이런, 친구를 대신해 나온 거군요? 그건 안되죠!

 

사회자: 앨범을 얻고 싶으시다면 그 친구 분도 함께 스테이지로 올라와달라고 하죠!

 

잠깐 망설이던 겐 씨는 조금 눈을 돌리고선 나를 향해 손을 뻗어왔다.

멀어서 겐 씨의 표정은 안 보인다. 하지만 마이크를 통해 들리는 그 목소리는 상쾌하고, 기분 좋았다.

 

겐: 오... 올라오지 않으면 앨범은 못 받아요.

 

사회자는 겐 씨의 손이 향하는 곳을 보고 객석에 있는 내게 스포트 라이트를 비추라고 조명 관리자에게 지시했다.

순식간에 회장은 술렁거렸고, 관객은 나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놀란 나는 스태프에게 이끌려 무대에 올랐다.

 

사회자: 그러면 이 두 분께서는 앨범을 들고 밴드 멤버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도록 해요!

 

각자의 위치로 가서 우리들은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슬쩍 겐 씨를 보니, 그는 평소처럼 조용히 밴드 멤버와 나란히 서있었다.

단지 저 사이어 있는 것뿐인데, 무척 멋지다.

 

사회자: 자, 여러분. 조금 더 한가운데로 모여주세요!

 

밴드 멤버와 조금 더 안쪽으로 모이면서 나와 겐 씨의 거리가 줄어들었다. 나는 순간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 (가, 가까워!)

 

페스티벌의 열기에 물든 것인지,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찰칵! 셔터가 눌린 순간의 아름다운 추억이 영원히 기록되었다.


5

축제가 끝나고, 회장을 떠난 뒤에도 내 마음은 계속 고양된 상태였다.

나는 그 앨범을 보물처럼 소중히 여겼다. 너무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나: 감사합니다, 겐 씨! 전부 당신 덕분이에요!

 

나: 괜찮으시면 이번엔 같이 이 앨범을 같이 들어봐요!

 

낯선 남자: ...어라? 겐이잖아.

 

갈림길에 있던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던 중 갑자기 낯선 젊은 남자가 다가왔다.

겐 씨를 슬쩍 보니, 그는 어딘가 살짝 언짢아 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다.

 

나: 아는 분이신가요?

 

겐: ...네, 뭐.

 

낯선 남자: 야, 아까 연주 봤어. 너, 대단하던데!

 

낯선 남자: 티켓을 팔아달라고 할 때는 좀 고민했지만 말이지. 이런 연주를 듣다니 팔길 잘했어.

 

그렇게 말하던 그 사람은 손을 흔들며 곧 자리를 떴다. 그렇구나. 겐 씨가 언짢아 보이는 표정을 한 이유를 알았어.

티켓은 곤란해하는 사람을 위해 구매한 것이 아니었던 거다. 나를 위해 일부러 부탁한 것이었던 거야.

나는 그 사실에 무척 감동했다.

하지만 겐 씨의 부끄러워하는 것 같은 얼굴을 보니 어쩐지 놀리고 싶어졌다.

 

ㅡㅡ선택지 1 - 속이셨네요!ㅡㅡ

ㅡㅡ선택지 2 - 자, 설명해 주실래요~ㅡㅡㅡㅡ

겐: 너는 계속 이 페스티벌에 대해 중얼거리곤 했잖아요.

 

겐: Vvanna의 메시지 알림음이 시끄러웠거든요. 그만하게 하자고 생각해서...

 

너무 억지스러운 말에 나는 필사적으로 웃음을 꾹 참았다.

 

나: 그랬군요. 하지만 평소엔 일이 바빠서 SNS를 볼 여유가 없지 않나요?

 

나는 일부러 진지한 얼굴로 겐 씨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지만 아주 약간 입가가 떨려왔다.

내가 장난치는 것을 간파한 겐 씨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나: 그냥 질문한 것뿐이잖아요~ 부끄러워하지 말라고요!

 

겐: 그만 놀리고, 얼른 돌아가도록 해요.

 

나: 아, 기다려주세요-  엣취!

 

내 재채기 소리를 들은 겐 씨는 걸음을 멈추고, 다시 돌아왔다.

 

겐: 추우신 건가요?

 

나: 조금...

 

겐: 정말. 날씨 예보를 안 보신 건가요? 오늘은 날이 춥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나: 오늘은 종일 서두르느라... 하지만 가방에 예비 옷이 들어있어요.

 

나: 이거 어때요? 우아한 라인에, 유향인 반짝반짝하고 화려한 느낌이에요.

 

겐: 네, 어울려요.


6

며칠 후 주말에 나와 겐 씨는 카페에서 만났다.

밴드의 매니저가 페스티벌에서 찍은 사진을 전송해 주었기 때문에 겐 씨가 나에게 전해주러 온 것이었다.

사진은 무척 잘 찍혔다. 나는 기뻐하며 사진을 바라보다가, 구겨지지 않도록 가방에 넣었다.

 

나: 쉬는 날에 일부러 전해주러 오셔서 감사해요.

 

겐: 마침 직장에 나가봐야 하는 일이 있던 터라 그 김에 온 거예요.

 

나:헤~ 엘리트인 겐 씨도 휴일에 출근할 때가 있군요. 우리도 최선을 다해야겠어요.

 

커피를 마시는 겐 씨의 움직임이 우뚝 멈추고, 작은 목소리로 '아아' 하며 대답해 온다.

 

나: 저, 업무 중이면 이제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겐: 커피를 마실 시간 정도는 있습니다.

 

잠시 후 겐 씨에게 말을 걸고 있으면, 점원이 주문받은 케이크를 가져다준다.

 

나: 와, 이 케이크, 메뉴의 사진보다 화려해요. 어, 이건...

 

케이크의 위에 초임계의 로고랑...

겐의 모에모에 아이콘

 

점원: 저, 실은 페스티벌의 라이브 중계를 봤었어요. 설마 두 분과 만나게 되다니.

 

점원: 초임계의 엄청난 팬이에요. 게다게 두 분이 너무 보기 좋았어서 이걸 그려 봤는데...

 

나: 기뻐요! 무척 귀엽고요!

 

점원: 감사합니다! 부디 느긋하게 있다 가세요!

 

점원은 가볍게 인사를 한 뒤,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겐: 초임계의 팬과 알게 되어서 좋겠네요.

 

겐: 다음에는 저 점원 씨를 초대해서 같이 페스티벌에 가는 것도 좋겠네요.

 

나: 저는... 당신과 같이 있는 게 좋아요...

 

내가 내뱉은 말은 생각보다 작아서, 겐 씨에게는 들리지 않은 것 같다.

 

겐: 네?

 

나: 당신의 연주가 훌륭하다고 말했어요.

 

나: 만약 앞으로 라이브를 듣고 싶어 진다면, 겐 씨에게 부탁드릴게요. 그러면 페스티벌 티켓 요금을 절약할 수 있으니까.

 

겐: ...

 

겐 씨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포크를 손에 들고, 내 얼굴이 그려진 부분이 케이크를 쿡 찍어서 입으로 넣었다.

 

나: 아! 아무리 싫다고 해도, 케이크에게 엉뚱하게 화풀이하지 마세요.

 

겐: 싫다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나: 그건 연주해 준다는 말인 거죠?

 

겐: 크흠, 이 케이크 맛있네요.

 

어쩔 수 없이 나도 케이크를 한 입 먹었다. 차가운 생크림이 혀 위에서 녹아, 약간의 단맛을 남겼다.

마치 지금 나의 기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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