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카드

겐ㆍ거리에서의 만남

김연니 2023. 6. 11. 22:54

1

-회의실

 

법의학자인 겐은, 전화 통화의 버튼을 눌렀다. 연락하는 것은, 검사를 담당한 지키의 가족이다.

 

겐: 확인을 위해서라도 한 번 경찰서까지 와주실 수 있나요?

 

그는 지금까지 항상, 규칙대로 일을 해왔다. 그런데…

 

Blueberry: 그렇지만 저…, 지금 당장 투라스부르크에 가야 하는데.

 

그녀의 입에서, 자신이 출장나온 곳의 지명을 들은 겐은, 조금 놀랐다.

 

겐: 무슨 단서라도 찾으신 건가요?

 

약간의 대화를 나눈 후, 소녀는 이쪽의 조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녀의 필사적인 모습에, 무심코 겐도 그녀가 걱정되었다.

 

-사무실

 

통화가 끝난 후, 겐은 다시 책상 위에 있는 파일을 열었다.

죽은 지키의 친족란에는, 여동생인 Blueberry의 이름만 적혀있다.

씁쓸한 생각이 기억의 바다에서 솟구쳤고, 겐은 익숙한 불안감에 덮쳐졌다.

 

겐: (단 한 명뿐인 가족을 잃은 건가…)

 

마침내, 공항까지 그녀를 맞이하러 갈까 하는 생각이, 겐의 머릿속에서 싹텄다. 도착 시간을 모름에도 불구하고…

 

-투라스브루크

 

겐은, 스스로도 잘 알 수 없는 충동에 휩싸여, 터무니 없는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그는 지금, 공항의 분수 광장에서, 오는지도 모르는 낯선 소녀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며칠 전의 회의 기록을 확인하고 있지만, 들뜬 마음에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에, 남겨진 사람은 때때로, 생각지도 못한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른다. 겐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처럼, 불확실한 정보를 필사적으로 계속해서 쫒는 사람도 있다고.

 

겐: (내가 있다면, 적어도 그녀 혼자 형사사건에 관여될 일은 없어)

 

다행히, 소녀가 사는 곳에서 투라스부르크까지의 항공편은, 매일 아침과 밤의 2개의 항공편밖에 없다.

 

겐: (아침에 이곳에 Blueberry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밤에 한 번 더…)

 

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겐은 깨달았다. 소녀가 아침에 도착한다고 하더라도, 그녀를 만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태블릿을 들고 있던 겐은, 당황하여 한 번 더 비행 정보를 확인하려고 했다.

어찌 되든 그에게 있어서, 이런 식으로 운을 하늘에 맡긴 행동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때, 무언가에 맞은 충격이 겐을 현실로 되돌렸다. 손에 들고 있던 짐이 지면에 흩어졌다.

 

겐: 죄, 죄송합니다… 괜찮으신가요?

 

당황해서 사과한 겐의 눈에 들어온 것은, 부딪힌 상대의 더욱 미안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는 서서히, 상대의 정체를 이해했다.

계속 기다리던 소녀가, 설마 이런 식으로 제 앞에 나타날 줄이야.

그 당황한 모습을 보던 겐은, 자신도 모르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이 자신의 태블릿으로 이동한 것을 깨닫고, 겐은 얼굴이 조금 뜨거워졌다.

다행히, 지면에 떨어진 물건은 전부 무사했다.

하지만, 자기소개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부터 설명해야 하는 걸까.

 

Blueberry: 부딪혀서 죄송해요. 저기, 혹시 어제 전화해 주신 법의학자 분이신가요?

 

겐: …네, 그렇습니다. 극장까지 안내해 드리려고요.

 

갑작스럽게 소녀에게 정체를 간파당해, 겐은 내심 놀랐다.

그 후의 대화는, 더욱 예상하지 못한 일의 연속이었다.

그녀는, 겐이 일부러 공항에서 기다리고, 극장까지의 길을 알아보고 있었다는 것을 잇달아 알아맞혔다.

탐정의 여동생도 탐정인 걸까? 눈앞의 어린 소녀를 관찰하면서, 겐은 생각했다.

상대의 신분을 확인한 그녀는, 곧바로 본제로 들어가, 조사를 시작하려고 했다.

 

겐: (조사에 집중하고 있으면, 슬픈 감정을 잊을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생각한 겐은, Blueberry와 함께 극장으로 향했다.


2

-헤롯 오페라 하우스

 

Blueberry: 흐음… 그런데,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요? 겐 씨는 이대로 귀국하시나요?

 

사미의 사건의 진상도 밝혀졌고, 드디어 Blueberry와, 지키의 사건에 관해 상담할 때가 왔다.

겐은 미리 준비해 둔 제안을 입에 올렸다.

 

겐: 아니요… 당신은 이 도시에 오는 것이 처음인 듯해 보입니다만, 사적 공원에 관심 없나요?

 

-유적 공원

 

황혼으로 물든 사적 공원에서, 겐은 소녀에게 사건의 경위나 과거에 관해 여러 이야기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특별히 중요한 단서는 얻지 못했지만,

Blueberry의 예상치 못한 대답에, 겐은 기분이 조금 편안해졌다.

 

: 저기에 있는 유적도 같아요. 만들어진 건지 아직 판명나진 않았습니다만…,

 

: 유적인 있는 , 연구하는 사람은 있겠죠. 가까운 미래에 수수께끼가 풀리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동병상련인 건가, 자기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인가, 깨달을겐은, 그녀를 안심시키고 있었다.

Blueberry는 겐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절벽을 향해 소원을 외치고 있었다.

그녀가 가고자 하는 길은, 가시밭일 것이 분명하다.

 

겐: (진실을 쫓는 사람이 는다면, 수수께끼를 풀 확률이 다소 올라갈지도 몰라)

 

소녀가 의문스럽게 생각하고 그를 돌아볼 때까지, 겐의 시선은, 일몰에 비친 그녀에게서 한 번도 떨어지질 않았다.

 

겐: (멋진 경치였으니까, 그것뿐이야)

 

겐은 마음속에서 몰래 자신에게 변명하고, 당황하며 시선을 유적으로 옮겼다.

 

유적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Blueberry는, 카메라의 조정이 어려운지,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다.

서투르네요. 이것이 겐의 첫 번째 생각이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혼자 투라스부르크에 온 것도, 사미의 건을 조사했을 때의 모습도,

Blueberry는 확실히, 아직 미숙하다.

하지만 그 서투른 동기가, 주변에 영향을 미친다.

순진하고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정의감은, 새로운 결말을 불러온다.

겐은 카메라를 괴롭히는 소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카메라를 받은 겐은, 익숙한 모습으로 조정을 시작했다.

카메라의 초점을 조정할 때 랜즈가 신축하는 소리는, 어쩐지 사람을 진정시킨다.

소녀에게서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받고, 겐은 가능한 한 그 소리에 의식을 집중시켰다.

가장 좋은 순간을 잡아내는 게, 카메라의 묘미다.

 

겐: (…하지만 오늘은, 많이 찍어서 그녀가 선택하도록 하자)

 

예상대로, 사진은 소녀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녀가 있으면, 가슴에 움튼 불안도 금방 사라진다.

이 미숙함에, 무심코 제멋대로인 기대를 품어버린다—

태양이 조금씩 지평선으로 가라앉는다. 내일은 좋은 하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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